스포츠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 중 '그랜드 슬램(Grand Slam)'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테니스에서는 윔블던, US오픈, 호주오픈, 롤랑가로스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을 말하며 아시아 스포츠 선수의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골프에서 그랜드 슬램은 4대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 US오픈, 마스터스, PGA챔피언십 입니다.
지난 블로그에서 세계 남자 4대 메이저 골프 대회 중 하나인 디 오픈(The Open)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4대 메이저 대회 중 가장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갤러리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골프만을 위한 가장 순수한 대회라는 평가를 받는 마스터스 토너먼트(The Masters Tournament)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스터스의 시작
마스터스는 1934년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되었습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 바비 존스(Bobby Jones)가 1930년 은퇴 후 금융업자 클리포드 로버츠와 함께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부지를 매입하였고 골프장 코스 설계가인 앨리스터 매킨지를 초빙해 1931년부터 골프장을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1933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이 완공 되었습니다. 1934년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셔널'이라는 명칭은 1938년 마스터스(The Matsters Tournament)로 바뀌었습니다. 말 그대로 골프의 마스터들이 참가하는 대회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클럽으로 1970년대까지만 해도 흑인의 입장이 불가하였고, 2012년 이전까지 여성 회원을 받지 않았습니다. 2012년 전 미국 국무부 장관과 캐롤라이나 출신의 여성 사업가를 첫 여성 회원으로 선정하였습니다.
1960년부터 대회 시작 전 날에 하는 파3(Par3) 콘테스트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1963년 대회부터는 전설적인 골퍼 또는 전년도 우승자가 첫번째 홀에서 명예 오프닝 티샷을 하며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마스터스의 특징
-권위와 명예
마스터스는 긴 시간 권위를 축적해왔고 권위와 명예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매년 4월 개최되는 마스터스는 다른 메이저 대회와는 달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만 대회가 열립니다. 코스 관리는 엄격하기로 유명합니다. 1년 중 5개월 이상 코스 관리를 위해 휴장을 합니다.
마스터스는 후원하는 스폰서가 없습니다. 후원자들에게 후원을 받기 때문에 갤러리를 '패트런'이라고 부릅니다. 티켓을 구매하는 것만으로 패트런이 될 수 있고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 또한 후원자가 된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티켓은 4만장으로 한정 판매되기 때문에 가치가 더욱 높습니다. 패트런은 대회장에 휴대폰을 가지고 입장 할 수 없습니다.
TV중계권료는 아주 저렴합니다. 대신 방송사에서 송출하는 광고에 대하여 관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스터스의 권위와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인데 대회와 어울리지 않는 광고를 차단하고 많은 광고를 넣지 않으려고 합니다.
골프 코스 내에 광고판이 하나도 없으며 입장권, 판매 음식, 굿즈 등 저렴하게 판매하여 상업적인 대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스터스는 현재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으나 마스터스의 이미지를 위해 이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엄격한 정책들은 가치 상승의 효과로 4대 메이저 대회중 가장 인기가 많은 대회가 되었습니다.
-그린 재킷
마스터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그린재킷 일 겁니다. 우승자에 그린 자켓을 입혀주는 전통이 있는데 바비 존스가 로열리버풀에 방문했을때 클럽 회원들이 붉은 재킷을 입고 있는것에 영감을 얻어 1937년 오거스타 내셔널 회원전용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히 회원들과 갤러리를 구분하기 위함이었으나 1949년 샘 스니드의 우승 때부터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여러번 우승하여도 한 벌만 지급 되는 규칙이 있습니다. 2013년 마스터스 초대 우승자인 호튼 스미스의 그린 재킷이 경매로 나와 한화 약 9억원 정도에 낙찰 된 기록이 있습니다.
우승자에게 입혀주는 그린 재킷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우승 트로피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클럽 하우스 모양을 본 딴 트로피가 우승자에게 수여됩니다.
-Par3 콘테스트와 물수제비 콘테스트
1960년 이후 대회부터 대회 전날 Par3 콘테스트를 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전설적인 선수들, 선수의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콘테스트로 선수와 선수의 가족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패트런에게 볼 거리를 제공합니다.
대회 이틀전 연습 라운드에 16번 홀에서 하는 물수제비 이벤트는 패트런과 선수들에게 재미를 선사합니다.
-챔피언스 디너
1952년 전년도 우승자로 출전한 벤호건이 대회 전날 식사를 대접하면서 시작된 전통입니다. 이후 전년도 우승자가 역대 우승자들을 초대해 마스터스 주간 화요일에 저녁을 대접하는 전통이 생겼으며 이를 챔피언스 디너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전년도 우승자가 메뉴를 고르지만 만찬의 비용은 마스터스에서 지불합니다.
마스터스 출전 기준
마스터스의 출전 기준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마스터스에서 직접 선정하여 초청하며 100여명 가량만 출전하게 됩니다. 한번이라도 우승하면 평생 출전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디 오픈(The Open), US Open, PGA 챔피언십의 최근 5년이내의 우승자,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3년이내의 우승자가 참가 자격을 얻습니다. 이 외에도 전년도 마스터스 대회 12위 이내, 전년도 마스터스를 제외한 3개 메이저 대회 4위 이내, 전년도와 당해 마스터스 대회 사이 기간 PGA투어 우승자, 전년도 투어챔피언십 출전자, 전년도 연말과 마스터스 개막 1주전 세계랭킹 50위 이내 등의 조건이 있습니다.
세계 남자 골프 4개 메이저 대회 중에서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대회는 마스터스 대회입니다. 마스터스는 명예와 권위 유지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지금의 인기를 만들어낸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마스터스 티켓이 암표로 고액에 거래가 되고 굿즈는 몇배 이상의 가격으로 재판매가 됩니다. 이는 마스터스 인기를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한 마스터스 대회는 그 엄격함으로 무거워질수 있는 대회의 분위기를 여러가지 이벤트와 혁신적인 기획으로 메이저 대회중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대회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매출을 포기하면서 지켜낸 권위와 명예는 팬들의 사랑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4대 메이저 대회 중 역사는 가장 짧지만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대하여 알아봤습니다. 마스터스만의 전통과 특징을 알고 시청한다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